[하이퍼서사] photo-text montage 어려운 일
죽은 마루는 네 알의 포도와 함께 이 공간 안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가상현실 홀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내 상식으로는 공기엔 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퀘스트를 풀 때 나는 상식을 개입시킬 수 있고, 적어도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게 찍힌 마루의 사진에서, 생명체가 살아있을 수 있게 하는 공기가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유기물을 분해하는 진균류, 박테리아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마루와 네 개의 포도알이 분해되고 풍화되다 보면 결국 그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아주 많은 정보가 담긴 배열이 끊어지면서 탄소, 산소, 질소, 수소 원자와 그것의 분자들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모습이 변화되어도 정말 그 정보 자체가 아예 '없어지는', 혹은 '공중분해되는' 것일까? 어떻게 완전하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까?
없애는 것은 만들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스토리텔러: 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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