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서사] photo-text montage 고양이와 포도
나는 마루같은 고양이들이 포도를 먹으면 신장이상증을 겪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그건 내 영역 밖의 지식이었다.
동시에 그 상황에서 포도를 먹어야 할 존재가 하필 고양이였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만약, 실제로는 마루가 포도를 먹고도 위독해지지 않는 특이 체질의 고양이였다면 어땠을까?
설령 그렇더라도, 내가 택한 대상들을 없애야만 얻는다는 마음 아픈 요구가 걸려 있는 이상, 오히려 마루가 그다음에 먹을 포도가 더 없어서 굶어 죽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보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낫다.
동시에, 저 홀로그램은 마루가 아니다.
사진 조각 한 장을 가지고 마루의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이 최첨단 게임 기술에조차 상상력의 한계가 있다. 피사체와 그것의 진실을 사진을 매개로 정확하게 접목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아는 신이 아니라면 누구도 마루가 실제로 어떤 고양이인지 알 수 없다.
스토리텔러: 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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